안나푸르나 라운딩 2.사표를 던지고 히말라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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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카라 작성일20-09-23 01:58 조회457회 댓글0건본문
사표를 던지고 히말라야로...안나푸르나 라운딩 2.
간간히 느끼는 고소증세에도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 마낭((Manang, 3,600m)....이제는 두통에 얼굴쪽으로 열까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숙소를 잡자마자 배낭에서 침낭을 꺼내어 침대에 펴고 비아그라 반 알을 삼키고 누웠다. 30분쯤 누워있으니 가이드 마힌드라가 평소와 달리 꼼짝도 않는 나의 방문을 노크한다. 문을 열고 벌게진 나의 안색을 보더니 ‘누워만 있으면 안된다’며 흐느적거리는 나를
다이닝룸으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고산병은 잘 먹어야한다며 마늘수프와 차를 먹도록 하였다. 마낭은 유럽 사람들의 방문이 잦아서인지 그럴듯한 베이커리도 있어 다행이다. 가이드 마힌드라와 포터 키산드라와 함께 차를 마시니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 고소적응을 위해 다음 날까지 마낭에서 휴식을 취하고 이동하기로 한 후 고산병이 오면 어쩌나 조바심을 하며 잠이 들었다.
어느덧 여덟째 날. 걱정과 달리 아침이 되자 두통도 말끔히 사라지고 컨디션도 좋아져 인근을 올라갔다 내려오며 고소 적응으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야카르카(Yak Kharka)를 향해 다시 길을 나섰다. 가는 길가에 보이는 봉우리들을 사진 속에 담는 나를 보고
가이드 마힌드라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설산들 대부분이 7,900m대라고 한다. 트레킹 내내 서양인들 틈바구니에서 나홀로 동양인에다 외국어도 잘못하고 낯가림까지 하는 나는 늘 혼자인 느낌이 들어 외롭다. 하지만 트레킹 중 만나는 웅장한 설산과 아름다운 풍경은 나를 위로해주어 다행이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하이캠프까지 한 번에 올라가지만 약간의 두통을 느낀 난 쏘롱 라 패디(Thorung La Phedi)에서 휴식한 후 다음날 출발하기로 하였다.
새벽에 어지러움과 구토증으로 잠을 깬 나는 아침으로 주문한 네팔 라면 면발을 삼키기 힘들었다. 모래알이 이런 맛일까? 국물만을 겨우 먹고 일어나 느릿느릿 옷을 챙겨 입고 길을 나설 채비를 하였다. 평소 한국에 있을 때도 자주 체하던 나는 이 날도 고산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구토와 두통을 참으며 한 걸음씩 발을 떼었다. 그 모습을 본 가이드 마힌드라는 가방을 달라고 하였지만 “괜찮아 나 체한거야 조금 있음 나아질거야” 하고 반복해 말하며 어느덧 쏘롱 라 패스(5,416m)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고산증이 얼마나 위험한지 정확히 몰라서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쏘롱 라 패스에서 나는 고산증으로 부어오른 얼굴에 바라클라바와 모자를 눌러 쓰고 겹겹이 옷을 껴입고 있어 굴리면 굴러갈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을 넘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던 나의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묵티나트(Muktinath)까지 가는 길은 인가하나 없이 황량하기 이를 데 없고 가는 내내 흘러내려 미끄러운 흙길을 오르내림을 반복해야 했다. 그동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고산병으로 늘어지는 발을 질질 끌며 모래사막 같은 길을 걷던 나는 음식을 입에 넣는 것마저 큰 고역이 되었다. 음식을 먹지 못하는 나는 남편이 준비해준 에너지젤과 포카리스웨트 분말을 물에 타서 마시며 묵티나트까지 긴 길을 걸어와야만 했다.
서울에서 떠나기 전 빠진 왼쪽 발톱이 살을 파고들어 부어올라 가는 중간 중간 붕대로 다시 동여매며 이를 악물고 버텨가길 9시간... 드디어 저 멀리 불교사원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나의 고집으로 한 시간 전 작은 마을 무스탕에서 자지 않고 묵티나트까지 왔는데 내 판단이 옳았다. 묵티나트에서 트레킹 동안 만났던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고, 큰 고비를 넘겼다며 서로 축하를 나눌 수 있었다.
내 지친 발과 몸 상태로 인해 본래 걸어서 이어가기로 했던 앞으로의 길 일부를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기로 하고 다음 일정인 ABC를 대비하기로 했다. 그동안 미뤄왔던 샤워를 하고 다리를 쭉 펴자 곧바로 잠이 들었다.
글,사진 : 포카라여행사 대표 윤지영
[출처] : 사람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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